지우지 않은 기록 때문에 벌어진,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들.
새 차 산 지 얼마 안 됐는데, 남편 차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.
드라이브 가는 길에 노래 좀 들으려고 제 폰 블루투스를 연결하려는데— 목록을 여는 순간, 눈에 딱 걸리는 이름 두 개. "수미의 갤럭시", "지영의 아이폰"
...네? 저 이 사람들 몰라요.
남편한테 "이거 누구야?" 물어보는데 표정이 순간 확 굳더니, 제가 다시 보기도 전에 화면을 휙 넘겨서 지워버리는 거예요.
당당하면 왜 지워요?
그날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. 정비소 직원인가? 세차장에서 잠깐 연결했나? 근데 블루투스가 그렇게 우연히 등록되는 게 맞나? 분명 페어링은 승인 버튼을 눌러야 되는 걸로 아는데...
결국 답답한 마음에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렸어요. "이거 진짜 의심해도 되는 상황일까요?"
댓글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어요.
"급하게 지운 거 자체가 이미 답 아니에요?"
"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면 의심할 수밖에 없죠"
"당당하면 굳이 지울 이유가 있나요?"
근데 반대쪽 의견도 만만치 않았어요.
"정비나 세차하면서 직원이 잠깐 연결했을 수도 있어요"
"섣부른 추측은 금물입니다"
하지만 이 댓글엔 또 반박이 붙었죠. "정비사가 굳이 남의 차에서 자기 음악을 듣나요?"
결국 명확한 답은 아무도 못 내렸어요. 지금도 저는 그 블루투스 목록만 생각하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녀요.
이거... 저만 이상한 거 아니죠?
여행 가는 차 안, 분위기 완전 달달했음. 남친이 운전하면서 "자기야, 내 폰 예약 앱 켜져 있으니까 주소 좀 찍어줘" 하고 폰을 넘겨줌.
주소 보려고 앱을 열었는데,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없는 숙박 내역들. 2년 전, 3년 전... 전국 방방곡곡 아주 알차게도 다니셨더라고.
"이 수많은 펜션 내역들은 뭐야?"
"어? 아... 옛날에 간 거지."
"누구랑?"
"누구겠어! 전 여친이지! 나도 너 만나기 전에 연애는 했을 거 아냐!"
아니, 전 여친 만난 게 죄임? 적어도 나랑 여행 가면서 그 앱 주소 찍어달라고 폰 던져줄 거면 최소한의 정리는 했어야지.
"이거 나한테 보일 생각은 안 했어? 진짜 성의 없다..."
"아 지우는 걸 까먹을 수도 있지, 딴 집 잡아서 여행 망치지 마!"
되려 버럭 성질을 내는데, 그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으면서 정이 싹 털림. 요즘 세상에 이걸 뻔뻔하게 남겨두고 폰을 넘기는 성의와, 지가 잘못해놓고 화부터 내는 태도에 소름이 돋음.
"차 돌려. 집에 가자."
휴게소에서 정색하고 말했더니 지도 빡쳤는지 아무 말 없이 차 돌림. 도착하자마자 차 문 닫고 나와서 바로 블락 때림. 지 추억 상자에 나까지 얹어줄 생각 없으니까.